오랫동안 중세 시대의 모습을 보존한 애든버러는 마냥 고색창연하기만 할 것 같지만 어느 도시보다도 다채롭고 조화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간판이었다. 빈티지한 정서가 깃들여 있는 건물의 형태와 색채를 통일되게 유지하는 것이 이 도시의 암묵적 룰이라면 건물 1층에 들어가져 있는 줄 지어진 상가들은 서로 개성을 뽐내며 애든버러를 조화롭게 채워주고 있었다. 재치 있는 디자인의 간판을 관찰하며 어떤 가게인지 유추해 보는 것이 내가 도시를 온전히 느끼는 방식 중 하나였다. 간판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의 형태와 건축의 재료는 어느 길을 나서든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하다.
간판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다. 아이코닉 건축이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면 간판은 일반적인 건축물을 구분 짓게 해주는 이름표이자 도시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도시와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간판과 건물의 일체감과 통일성이다. 애든버러의 간판은 수평으로 보았을 때 일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 간판이야'라는 느낌보다는 건물의 벽과 하나가 된 인상을 받았다. 길을 걷다가 맞은편 거리의 입면을 바라보면 간판의 크기와 높낮이도 모두 일정하게 유지한 채 그 안에서 개성 있는 디자인은 훨씬 더 도시를 강하게 밝혀주고 틔여 주고 있다. 한국의 간판은 무겁다는 인상을 자주 받곤 한다. 옆집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보이려는 욕심은 사람들의 눈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혹여 떨어질까 노심초사 하며 길을 걷게 만든다. 유럽은 약속인듯 한 가게의 하나의 간판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국은 입면에 큰 플렉스 간판, 옆면에는 돌출간판, 바닥에는 입간판과 배너까지 도시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작은 동네의 조그마한 골목 내 간판은 한국만의 오래된 정취와 도시만의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일반적으로 지역의 특색이 느껴지기보다 어디를 가든 똑같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서로 다른 크기의 무거운 직사각형. 다른 집보다 더 맛있어 보이기 위해 스카시, 채널 간판 등 무거운 토핑을 계속 더한다.
나만의 특별한 이름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전달해야 하는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이 작은 시각적 언어가 어떻게 건물의 일부로 스며들게 하여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고 도시와 조화를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도시의 분위기를 넘어 국가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간판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