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 낙하 ◦ 2022.12.15 - 2023.03.12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1980-1990년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키키 스미스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입니다. 1994년에 제작된 작품 제목이기도 한 ‘자유낙하’는 스미스의 작품에 내재한 분출과 생동의 에너지를 의미하며, 여성 중심 서사를 넘어 범문화적인 초월 서사를 구사하는 작가의 지난 40여 년간의 방대한 작품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으로 기능합니다. 또한 파편화된 신체를 탐구하는 스미스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한편, 달이 지구를 맴도는 자유낙하 운동처럼 배회를 통해 매체와 개념을 확장해 온 작가의 수행적 태도를 동시에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특징에 기초하여 조각, 판화, 사진, 드로잉,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14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키키 스미스는 1980-90년대에 걸쳐 여성과 신체를 다루는 작품들을 주로 제작하며 자신만의 여성주의적 시각을 확장해왔다.
작가가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한 1980년대 미국은 에이즈, 임신중절 등을 둘러싼 이슈로 신체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는 시기였고 이 당시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까지 차례로 겪으면서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숙고하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이 신체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단순히 여성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부각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신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다층적 해석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사진과 같이 낡은 천에 그림을 그리거나 동판을 재활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종교적인 도상과 시공간을 포괄하여 서사를 만들어나갔다.



스미스는 자유 혹은 희생 등 다양한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새를 자주 등장시켰다. 작가의 성장 배경이 되는 가톨릭의 맥락에서는 성령을, 범문화적 관점에서는 영혼을 의미한다고 한다.
마치 죽음을 암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축 늘어져 있는 인간의 머리, 그리고 이와는 상반된 자세로 그 위에 올라타 있는 새의 모습은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질서에 대해서도 다시금 질문하게 한다.
스페인어로 '꿈'이라는 뜻의 원제목을 지닌 <꿈>은 해부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태아처럼 한껏 몸을 웅크린 자세는
모든게 발가벗겨져 드러나 숨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진저>는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판화 작품이다.







1990년대 이후 부터 판화와 사진 매체를 접하면서부터 자신을 작품에 본격적으로 등장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쇄, 그림, 콜라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빨간망토와 늑대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흔히 동화에서 나타나는 상으로 늑대는 강하고 공격적인 남성을, 빨간망토는 연약한 여성을 상징하고 있다. 이에 작가는 거친 피부와 털,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하고 스스로 늑대의 모습이 되어 이야기한다. 늑대와 같은 역할은 남성만 할 수 있는가? 여성은 남성보다 약한 존재인가?


"나는 여전히 자유낙하 중이다"
당시 시대상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자유낙하, 달이 지구는 맴도는 자유낙하 운동처럼 배회를 통해 작가의 태도를 나타낸다.
자신의 작품활동에 대해 '정원을 거니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면서 배회하는 움직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는 뚜렸한 목적지를 향한 직진이 아닌, 같은 공간을 반복적으로 맴도는 방랑자의 걸음을 상징한다. 그녀는 어디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작가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품활동을 이어왔는데 그런 점이 작품에 잘 녹여들여서 좋았다. 특히 판화 작품이 인상깊었다. <세상의 빛>과 같이 멀리서는 은은하게 퍼진 부드러운 빛과도 같았는데 가까이서 관찰하면 미세한 스크래치가 동판 위에 날카롭게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섬세하게 표현 된 결을 통해 판화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작가의 시대상과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기엔 스스로의 부족함이 있다. 그러기에 더 많은 전시와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감상에 대해 감히 함부로 평론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관찰하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사유할 생각이다.
요즘은 새학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학업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래도 틈틈히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려 노력하고 있다. 아 물론 학업이 우선순위인 것을 잊지 않기..…로…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