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 2023.12.8-2023.04.16
현대카드 Storage는 네덜란드 아티스트 듀오 DRIFT의 전시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다. 2007년부터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해오는 DRIFT는 다양한 자연의 원리를 관찰하면서 구조적인 규칙을 발견하고, 이를 재해석해 인공적인 기술에 응용한다. 자연미와 인공미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에 집중하는 그들의 시선은, 더 넓게는 지구의 근원적 매커니즘을 경험하게 하고 작품을 통해 관람자와 연결을 시도한다.




가장 먼저 <Materialism> 작품들이 보인다. Materialism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이 재료의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다면, 드리프트는 역으로 '이미 만들어진 사물, 오브제'를 원래 재료의 상태로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사물을 구성하는 재료의 단위로 해체하고 그 물질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확한 양의 블록 형태로 전환되어 나타낸다.
재료의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작업 방식도 신선했지만 구성되는 요소의 양을 직사각형의 블록으로 객관적인 미감의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며 수학적이고 건축적인 조형미를 시각화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신라면이라는 작품은 드리프트가 한국에서의 첫 전시인 만큼 가장 보편적이고 잘 알려진 가공된 제품을 Mererialism을 통해 표현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시계, 햄버거 등 재료를 통해 어떤 사물인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는 사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물직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분해하였다. 0세를 시작으로 4세, 40세, 80세 그리고 죽음으로 구분된 블록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무르 전해질,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비타민, 헤모글로빈으로 가시화하여 표현했다. 죽음을 표현한 돌. 한동안 바라보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Shylight는 공학적 설계를 통해 자연의 원리를 재현한 드리프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꽃들의 수면운동(nyctinasty)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이는 조각이다. 수면운동이란 밤 낮의 길이와 온습도에 반응하여 잎과 봉우리를 스스로 움직이는 개폐 활동을 의미하는데, 드리프트는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자연의 모습이 마치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을 포착하고 작품화 하였다.
백 번 이상의 레이저 커팅과 40시간 이상의 손바느질을 거쳐 다듬어진 작품. 잎이 졌다. 펼쳐졌다 하는 불규칙적인 반복성은 꽃 같기도, 해파리 같기도 한 오브제는 자연과 조명의 역할도 하는 듯한 인공적인 기계장치의 공존과 조화가 아름다워 가만히 응시하게 된다. 위에서 바라볼 때와 아래서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적 관점으로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한다.아트워크 영상에는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품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거대한 공간에서의 또 다른 웅장함을 주는 작품은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에서 전시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투영된 작업은 움직임과 균형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중심 축을 기준으로 20여 쌍의 투명 유리관들은 마치 새의 날개짓처럼 스스로의 동력을 이용하고 각기 다른 단계를 포착하여 움직임 자체만으로 추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Amplitude는 인간의 호흡, 심장박동과 같은 신체 리듬과도 동기화되어 있다. 불규칙적으로 보이지만 규칙적인 운동성을 기반으로 인간을 둘러싼 모든 곳에 있는 이분법적 관계와 그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움직임은 무거운 유리관임을 잊게 만들었다. 유리는 깨질 듯 여리고 섬세한 물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연물의 연약함을 강조하는 매체이다. 조명 빛이 반사되고 그 빛이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빛의 조화는 신비롭기만 하다.


민들레 조명으로 이루어진 빛 조각은 자연과 기술의 공존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작가가 직접 봄 시즌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채취한 약 15,000여 개의 민들레를 건조시키는 후 씨앗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떼어 LED 전구에 붙여 완성시켰다고 한다. 자연의 씨앗이 전기와 연결된 인공물로 재탄생 시킨 작품. 모듈화되어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확장되어 급격한 기술 발전이 자연의 진화보다 진보했을지, 그 공존 관계는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부서지기 쉬운 미래' 작품명처럼 연약해보일지라도 어둠을 밝히는 민들레 빛과 같이,자연의 적은 기술이라는 이야기를 부시고 인공과 자연이 공존함으로써 균형잡힌 공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드리프트의 실제 작업 과정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그들의 가치관 뿐만 아니라 작업 태도, 갈등 해결 방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5점이지만 모두 뇌리에 깊게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이질적이게만 느껴지는 자연과 인공의 결합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재밌었던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