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저택을 존경하는 걸작들의 모조품으로 장식하고 그것을 조각이 된 나무 액자에 끼워 넣음으로써 기억이 소중한 이미지를 간직하지 않아도 되도록 수고를 덜어주는 고상한 취향의 사람들을 상관하지 않겠다. 그런 사람들이 각자의 방을 자신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도구로 활용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만으로 가득 채우는 것 또한 상관하지 않겠다.
개인적으로 방 안의 모든 것이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나의 취향과는 대조되는 삶의 언어와 창조물일 때에만 나는 살아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곳에는 평소에 의식적으로 하는 생각들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내가 아닌 다른 촌재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흥분하여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마르셀 프루스트_《독서에 관하여》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