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음에도 시답지 않지만 특별한 대화를 할 때가 많았다. 보통 기사님의 넋두리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는 새벽 퇴근에, 마지막 손님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퇴근 후 택시를 탈 때면 기사님에게 오늘 퇴근을 몇시에 하시냐는 자연스러운 물음으로 하루 끝에 일상을 이야기 나누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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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내려다주고 이제 퇴근해야지…고민이 있는데 택시를 계속 해야할랑가 모르겠어.”
”왜요. 무슨 일 있나요?“
“교수 일에 이 일까지 하고 있는데 저번에 한 번 쓰러져서 큰일날 뻔 했어.”
”자식들이 그만 하라고 난리를 치더라.“
“헉 지금은 몸 괜찮으세요? 쉬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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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이야기 후 도착지 부근) “근데 손님 말 참 잘하네.”
”아, 이야기하는거 좋아해요.”
“그렇구만 ㅎㅎ 고마워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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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오늘 마지막 손님이시네요. 벌써 4신데 들어가야지…”
“벌써 4시군요..? 그럼 혹시 기사님은 오늘 출근을 몇 시에 하셨나요?”
“저녁 8시.”
“재미가 하나도 없어. 금요일인데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사람 많지 않았나요?”
“저는 오늘 알바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든 하루였어요.”
“어려보이던데?” “몇살이야.”
“대학생이에요. 많이 먹었어요ㅎ”
“에이 애기구만 무슨,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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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갑자기 오네… 안오다가.”
“그쵸? 하루종일 날씨가 좋다가 예보도 없이 쏟아지네요.. 기사님 오늘 퇴근 몇시에 하세요?”
“5시 반에 할꺼 같네.. 개인 택시라. 늦게 출근했으니 1시간 반은 더 하다 가야지 뭐…“
“학생이야?”
”네, 대학생이에요.“
(미러를 통해 힐끔 보시며) “그니깐 어려보이더라.”
“에이 늙었어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리다‘라는 표현을 자주 들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다. 진짜로 어리기에 어른이 됐음에도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은.
요즘에는 택시 사업들이 많이 나오면서 이벤트 등 차별화를 통해 기업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참 신기하다. 몇 년전만에 해도 검색을 통해 전화로 콜택시를 불렀던 것 같은데, 이젠 모바일로 터치만 몇번하면 오고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라니.
여러 기사님에게 들어보니 크게 택시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택시와 개인 택시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았다. 개인 택시라고 모바일 택시를 안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사님은 카카오, 우버 등 여러 개를 통해 손님을 받고 있기도 했다. 개인 택시는 출퇴근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는 거 같다.
카카오 택시 같은 경우 블루는 동업자 프로는 임시직으로 나뉘는데 5년 계약에 콜비를 내야해서 불만이 많았던 프로 기사님도 만날 수 있었고 주소를 정확하게 띄어주지 않아 모르고 받아야 한다며 푸념하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
옆동 주민의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 시대에서 이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대화는 사실 즐겁다. 짜증의 목소리일지라도, 고작 몇 분의 대화가 가능한지 앎에도, 나에게 말을 건네오는 목소리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