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염탐중

론 뮤익

2025. 6. 19. 17:22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개인전. 이렇게까지 사실적인 조각 작품 전시는 처음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사실적인 묘사 방식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눈빛이었다. 론 뮤익은 극사실적인 조각 묘사와 다르게 조각의 크기를 완전히 축소시키거나 확대시킴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모호한 감정을 일으키는데, 비현실적인 크기임에도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는 묘사보다도 시선과 눈빛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생하고 현실적인 표정은 작품의 주체가 오히려 나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그러나 절대 마주쳐지지 않는 시선이 참 묘했다. 표정 근육과 눈빛의 디테일한 표현으로 작품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조각작품을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였다.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론 뮤익의 자화상은 거대한 얼굴이 실제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반대 방향에서 보니, 그것은 덩어리가 아닌 텅빈 껍질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꼭 붙어있는 연인의 조각상은 풋풋한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뒷모습을 보니 남자가 여자를 통제하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런 작은 요소들이 평면이 보여주는 회화와 다른, 입체적인 조각만이 할 수 있는 재미 요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