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데이터의 축적이 아니라 편집 결과의 축적이다.
에디팅은 의미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창조적 의미가 발생하는 것은 모으기가 아닌 알아보기에 있다. 의미가 될 가능성을 알아보면서 수행하는 힘이 센건 지각, 패턴 인식, 연상, 범주화, 기억 검색, 추론, 맥락화 같은 복잡한 인지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재료의 의미와 가능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행하는 수집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주장이 된다.
에디토리얼 씽킹은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세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이다.
1. 재료 수집
어떤 수집은 그 자체로 창조적 의미가 괴는 반면 어떤 수집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모은다고 곧장 창조적 의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방점은 '모으기'가 아니라 '알아보기'에 있다. 에디터로서 훈련받은 능력 중 가장 감사히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잡다함을 문제시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무는 법을 배운 것이다.
2. 연상
연상을 통한 의미경로를 위한 해결책은 ‘질문’
4.관계와 간격 - 목적에 맞게 적정 거리 조정하기
글을 다룰때든, 이미지를 다룰때든 정보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으면 신선한 재미가 없고, 너무 멀면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 브랜드, 서비스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언어로 정의하고 추상화하면서 브랜드 미디어 컨셉을 정한다.
8. 프레임 - 입장과 관점을 정하고 드러내기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의 의미를 유연하게 다룰 줄 아는 생각의 힘이 바로 에디토리얼 싱킹이다.
컨셉이 필요한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의 내용과 그것을 담는 그릇을 잘 정렬시켜서 궁극적으로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않은 빈 땅에 내 콘텐츠를 위치시키기 위함이다. 컨셉은 톡톡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해 필요하다.
아이디어 수면 아래에서 은밀하게 흐르는 믿음, 그것이 곧 관점이고 입장이다.(...)사회가 주입한 관점이나 타인에게 들은 말이 프레임이 되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독창적인 관점을 갖고 싶다면 당연시하는 전제를 찾은 뒤에 "정말 그럴까?"라고 덧붙이면서 가급적 많은 문을 열어보는 것이다.(...) 스스로 개념을 정의하는 시간을 갖자. 카페란 무엇인가? 요즘 뜬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취향은 무엇인가? 질문하며서 인식의 심해로 내려가보는 경험. 원형질의 알맹이를 손에 쥐려 노력하는 시간. 초라하게 느껴져도 자기 관점을 믿고 스스로 개념을 정의하려 애써보는 경험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러니 부디 질문하기를, 입장을 갖기를, 드러내기를.
편집은 자신의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내지 위해 지켜야 할 재료를 알아보고 남겨두는 작업이다.
매슈커츠《맥락 지능》
"맥락은 어떤 상황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묶인 독특한 구조를 말한다. 맥락이 없으면 의미도 없다."
9. 객관성과 주관성 - 주관적인 것의 힘
객관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객관이 티 없이 완전무결한 세계라면 주관은 허술하고 유아적인 주장으로 점철된 세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 느끼는 차이는 아닐 것이다. 주관적 반응을 배제하고 정확하고 냉철하게 현실 인식을 하라는 은근한 명령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객관은 완전무결한 절대 진리가 아니라 동시대 다수가 합의한 임의적 약속이다. 결국 설득의 문제다. 편집도 그렇다. 주관적 관점으로 정리한 결과물을 타인에게 보이고 합의를 모은다. 나는 이제 객관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아지지 않는다. 내 관점, 믿음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나 아닌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내려고 애쓸 뿐이다.
고작 스무 살이었던 나는 기획에 대해 공부 좀 해보겠다며,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인 컨셉진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캠프를 겁 없이 신청하여 한 달여 동안 매일 서울을 오가며 에디터 과정을 수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겐 잡지란 만화가 있는 어린이 과학 잡지나 미용실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패션 잡지일 뿐이었다. 또한 내겐 잡지는 신문과 같은 광고 매체일 뿐 그것을 분석하고 해체하여 조합하는 에디터라는 창작자에 대해 가까이 생각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기획 수업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경험했던 에디터의 삶은 내게 또다른 흥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공급자 과잉 시대 속 에디터라는 삶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편집은 결국 의미의 밀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이다" 에디터가 아니여도 누구나 에디터적 사고력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삶의 접근을 다르게 해보는 동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의 대화를 사랑한다." "누구든 붙자고 질문할 수 있다는 직업적 특권에 기대어 삶의 갈증을 해소한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이라는 팻말만 붙이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일상적 관계에서의 좀처럼 던지지 않는 커다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라는 구절을 보고 저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을 때 부터, MoTV에서 진행하는 '현실 조언 시리즈'를 보는 순간에도 인터뷰어가 되어 모든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상상을 끊임없이 해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