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염탐중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2024. 3. 5. 15:12

 
 
김창열(金昌烈, Kim Tschang-Yeul, 1929년 12월 24일 ~ 2021년 1월 5일)
초기에는 추상화 위주였으나 1972년부터 물방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물방울 작가'라고 불리기 시작하였다.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대한민국 내 및 해외 미술계에서도 미학적 논의와 관심을 불러 일으켜 한국 현대미술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백남준, 이우환 등과 더불어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 컬렉션 되어 있으며 더욱이 그가 활동하였던 프랑스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로 기록되고 있다.

< 대표작 >
- Event of Night, 1972
- Water Drops, 1978
- Recurrence, 1989
 


 
 
 
 

 
 
 
 
 

 
 
 
당일 흐린 날씨가 가리킨 곳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었다. 툭툭히 떨어지던 빗방울은 작품의 배경음악이 되어 몰입감을 끌어 올려다 주었다.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은 올레길을 걸어가며 수목원을 지나 미술관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었다. 물멍이란 이런것인가, 하며 바라보았던 <삼인> 그리고 중정을 감싼 보이드 건축물. 그 위로 따라올라가면 펼쳐 보이는 전경.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세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 그리고 공간이었다. 복잡한 구조물을 띈 것 같지만 자연스러운 동선을 따라 관람할 수 있었다.
 
단순히 '물방울의 미'로 보기는 어렵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그려온 물방울은 작가의 회귀 철학을 건축으로써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배운 천자문 위 그려진 빛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주는 물방울. 글자 속으로 물방울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은 오묘했다. 또한 마포, 목판, 캔버스 등 다양한 재료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재료의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물방울의 형태가 그가 얼마나 수많은 물방울들을 관찰해왔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캔버스를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라고 해본다면 그 안에서 하찮게 존재하는 물방울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맺혀있는 물방울들의 반복성과 율동감, 떨어지는 물방울의 속도감과 곡선의 형태.
 
작가는 작품의 의미를 담지 않고 그렸다고 한다. 작품이 곧 그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왜 제주도에 작가의 삶과 철학을 그려놨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다. 날이 맑아지는 날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