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더너스를 알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6년 전, 유병재님의 유튜브 채널 <문학의 밤>에서 스쳐지나가듯 수줍어 보이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외치던 날부터,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올라온 홈비디오에 빠져 살기 시작한 날, 복학생 후니가 탄생하기도 더 전이니 빠더너스 채널을 구독하게 된 것은 4년여쯤 됐을 것이다.
시험 기간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후암동 시리즈를 참 사랑했는데 괜히 그들에 청춘에 같이 껴들어 더운 느낌이다.
(참고로 모니가 나오던 홈비디오 시리즈를 가장 사랑했다.)
그 이후부터 모베러웍스, 유퀴즈 등 다양한 매체에 나오는
문상훈님을 보며 사람 자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됐는데
책을 쓰게 됐다고 하니 예약 판매일을 목 빠지게 기다려 바로 주문했는데...!!
엽서가 없어 확인 해보니 주문 할 때 체크 했어야 한다고 했다.....(절망)
그럼에도 좋았다.
무심한 듯 솔직한 자신의 필체로 쓴 제목부터
무심한 듯 한 줄로 써 놓은 작가 소개부터
무심한 듯 중간 중간 간지에 자신의 필체로 적어놓은 메모들까지.
그럼에도 정성이었다.
정말 자신의 생각과 진심을 가득 담아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무심해 보이지만 겸손하고 따듯하다.
투박한 것 같지만 예쁘게 잘 다듬어져 있다.
인스타그램 댓글에 이런 글을 봤다. "이 사람을 보면 착하게 살아도 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착한 건 나쁜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거 같아 좋다"
어느 날부터인가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속내를 무수히 외치며 살아오고 있다.
그를 보면 다시 한 번 확신이 찬다. 옅은 미소정도만 지어지게 하는 잔잔한 사람이 좋다고.
또한 글을 읽으며 느낀 것은 나는 나와 닮아 있는 글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구태여 내뱉지 못해 알아주지 못한 마음을 누군가 자음 모음을 예쁘게 조합하여 꾸며낸 글,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표현을 좋아한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내가 느끼는 것들이었다고.
거기서 위안을 얻는 것 같다. 태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결핍을 가지고 태어나기 마련이다.
끝까지 그것을 표정 뒤에 숨기는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끄덕이게 하는 문장.
"결핍은 내보여야지만 채울 수 있다"
글자를 곱씹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은 내가 모순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핍을 내보일 수 있도록 연습하는 공부의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표현을 잘하고 싶은지 강박적으로 책에 있는 단어를 습득하려고 한다. 내가 결핍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를 글자들을 무시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즐겁다. 투박하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모든 것들이,
제목에도 느껴지듯 이 책은 저자 자신이 그동안 밀어냈던 모든 투박함을 사랑으로 끌어않고 내보이기로 결심한 것 같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다”
나도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봐야지만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사람.
책을 덮고 나니 그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젠 그러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