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 공구》, 공구 사용 에세이라는 것이 이렇게 흥미로울수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책 속 공구는 그저 부드러웠다. '반려', '든든한 파트너'라는 표현을 쓸 만큼에 애정은 공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특별함이 느껴진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몰두 하는 사람의 글이란 그 흥분이 나에게까지도 고스란히 전달 되는 것 같다.
책은 읽으며 연신 끄덕이며 얕게 미소를 짓는 내 모습을 마주하며 무겁고 멀리 느껴졌던 것이 이미 내 일상에 녹여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의 만들기는 타인을 위한 공예가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는 살림"
작가는 가까운 물건의 생애와 쓸모에 관심이 많고 만들기에 진심이라고 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나와 같다. 첫번째) 애쓰지 않고 집중하여 기억 나지 않는 과정. 두번째) 애써봐야 나만 아는 만족스러운 완성. 내가 생각하는 만들기란 종이 접기, 공예, 바늘질 정도였는데 공구로 무언가 고치는 삶을 만들기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분명 우리 집에도 언제 들어온지 모르는 공구들이 많은데, 왜 여태 나의 도구라기 보단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 했었을까. 작가 또한 공구에 대해 쓰면서 소유하고 있는 도구들을 어떻게 분류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공구와 도구의 경계선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책을 통해 짚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소유하고 있는 공구를 다시 면밀히 들여다 보았다.
자취를 하는 나에게 나시란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만 같아 버리지는 못하지만 소중히 여기지도 않아 나뒹구는 작은 조각일 뿐이다. 나 또한 수동 드라이버를 좋아하는데 힘을 강하게 가하지 않아도 모양이 맞기만 한다면 수월하게 풀어지는 그 순간이 은근한 성취감이다.
“실패가 두려워도 망설이지 않고 공구를 집어든다. 내 생활의 어려움을 나만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효능감, 그리고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나의 측정 도구들은 다들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분명 나를 안심시켜준다. 길이를 잰다는 것은 내 앞에 있는 대상을 조금 더 알게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