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염탐중

두산아트랩 전시 2023

2023. 2. 14. 21:45


◦ 두산아트랩 전시 2023 ◦ 202301.11-2023.02.14 ◦


‘두산아트랩’은 두산아트센터가 시각예술과 공연 분야의 신진 작가 발굴과 지원을 위해 2010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그램으로서, 공모를 통해 만 35세 이하의 작가 다섯 명을 선정하고 단체전을 통해 소개한다. 이번 《두산아트랩 전시 2023》에 선정된 작가는 강나영, 얄루, 임창곤, 조이솝, 장효주로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목격하고 맞닥뜨리는 경계에서 묻고 상상한다.

하나의 대표적인 단어로 모이지 않는, 어쩌면 모여서는 안 될, 다섯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벽과 단층에 주목하고 각자의 사적인 경험과 관심을 바탕으로 재언어화된다. 다양한 방식과 태도로 안과 밖을 오가고 감각하며, 그 틈을 파헤치고, 사이에서 헤매거나 머뭇거리고, 질문하고 두드린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와 새롭게 여닫기 위한 제안을 담아낸다.


얄루 <피클 시티 윈도우, 2023>
얄루 <피클 시티 다이브 ver. 2023>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1분 30초 VR.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미래의 상상을 그리는 작가 얄루는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인 심해를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과 규정될 수 없는 가상 생태계로 다채로운 시각으로 표현했다. 질문을 건네는 내레이션과 함께 빠르게 심해 속으로 빠져든다. 정말 물속 깊이 들어간 것처럼 사실적인 모션은 순간,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강나영 <기대어 지탱하고 나아가는, 2023>


돌봄자와 수혜자는 인간, 비인간을 넘어 다양한 관계가 형성된다. 평소 사회 소수자의 일상과 돌봄에 관심을 기울이는 강나영은 <기대어 지탱하고 나아가는>이라는 작품을 통해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부드럽게 쓰다듬고 지지하는 보살핌의 제스처를 담아냈다. 작가는 직접 경험했던 여러 결여와 부재를 바탕으로 관찰하게 된 틈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체들과 그들이 속한 환경과 사회 구조의 관계에 집중했다. 돌봄이라는 행동에서 생성되는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업물이 아름답다 느껴졌다. 칫솔, 인체, 나비, 숟가락과 포크 등 돌봄을 드러내는 다양한 매개체와 움직임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임창곤 <움직이는 몸짓, 2022>


"나무 패널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신체가 보인다. 눈 속에서 아른거리는 형상을 따라 수십 개의 구멍을 뚫고 망치로 힘껏 내리치면 그 형체는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 위에 물감으로 살과 근육을 붙이고, 나의 움직임을 남긴다. 눈으로 바라보고 상상했던 신체는 내 손과 몸을 통해 점점 그 형체가 부풀어 오르며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소수자로서의 고민 불확실성에 대한 갈등 등 노력한 작가는 몸을 가진 '인간'이라는 정체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숨겨지고 지워지는 것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작품 속에도 드러났다. 나무에 그림을 그려가는 작품 세계가 신선했다. 제목을 듣지 않아도 작품 속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조각처럼 나뉘어 분포된 일부분들은 거대한 퍼즐 안에 맞춰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조이솝 <데드 네임: 18, 2020-2022>
조이솝 <하얀 문, no. 1~5, 2021>


작품 속의 등장하는 '문'의 포상은 그를 가두고 동시에 해방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정착할 자리르 찾을 수 없다고 느끼는 존재로서의 자신이 가진 불안함과 불완전함을 조형한다.

"무엇과도 연관 없이 그저 흘러가버린 듯한 순간들이 사실 재현에서 삭제되었을 뿐이라는 사실. 이미 수많은 복수를 의미하는 것들의 틈, 단수의 개인이 진지하고 우스운 역습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밋밋한 천'에 가려진, 가상과 허위에 도달하지 못한 가치가 있음을 전달한다."

기괴하고 녹아 흘러내릴 것 같은 형태와 날카롭고 뾰족하고 다양한 혼합 매체들로 구성된 덩어리는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다섯 개의 하얀 문은 거울, 창문 등 해석되어 모호한 경계와 불완전함이 그려져 있다.

장효주 <까마귀! 까마귀! 까마귀! #1-2, 2021>
장효주 <허물, 2023>


실내와 실외의 중간 지대인 발코니에서 서서 맞는 바람의 감각처럼 작가는 경계에서만 느껴지는 양 끝에 낙차를 '질감-촉각'을 통해 조각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조각에서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가상의 이미지와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한다.

까마귀는 온데간데없고 쇠사슬에 속박된 듯한 허물은 왠지 모르게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자유를 억합하는 매개체와가도 같다고 느껴지는 허물은 곧 비상을 위해 세상에 내딛기 전 보호하는 디딤발 같기도 하다. 지퍼로 허물을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형태는 호스같기도 했다. 이질적인 서로 다른 촉각의 매체를 조합했을 때 생겨나는 중의적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점이 재밌었다.



신진 작가전이라 기대를 안 할 수도 있다만, 그러기엔 다섯 명의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가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낯설면서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느낌이었고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한 연결성이 좋았다. 도록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수록되어있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