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염탐중

마틴 마르지엘라

2023. 2. 4. 05:32


Martin Margiela at LOTTE Museum of Art ◦ 2022.12.24-2023.03.26

1980년대 이후 마르지엘라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를 주제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각 예술을 조명한다. 이 주제는 과거 '메정 마틴 마르지엘라'의 파격적인 런웨이와 실험적인 이미지, 오브제 사용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재 구현하는 시각 예술의 연장선상에서 더욱 파격적이고 확장된다. 기존 형식을 파괴한 구조 노출과 해체, 매체간 혼합과 변화를 동시에 전환하는 사고를 통해 전시 공간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익히 알고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브랜드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던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마틴 마르지엘라가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을 깊게 탐구할 수 있었다. 도슨트 일정에 맞춰 관람을 진행 했는데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해설과 함께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의도 된 블라인드로 작품을 하나 하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Hair Portraits, 2015-2022
Redhead, 2019-2022
Vanitas, 2019


어떠한 정보 서치를 하지 않고 갔던 나는, 유독 모발 등 털에 대한 작품이 많은 점이 의아하기도 했다. 마틴 마르지엘라 가발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모발은 그에게 영감을 주는 매개체였다고 한다. 인공모가 아닌 자연모를 한땀 한땀 새긴 작품인 레드 헤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빨간 피를 표현했다. 아일랜드에서는 흔하지 않은 빨간 머리를 가진 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고 한다. 괴롭힘을 당했던 빨간 머리 앤이 그 사례였지 않나 싶다. 참고로 나는 현재 레드 브라운 헤어에 주근깨가 있는데 그런 내가 마음에 든다.
수많은 작품 중 <바니타스> 작품이 인상이 깊었다. 각자가 갖고 태어나는 고유 컬러인 모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 된 5개의 작품은 평소 생각해보지 않는 '죽음'에 대해 고찰해 보게 한다.

Dust Cover, 2021
Bus Stop, 2022
Body Part b&w, 2018-2020


다양한 재료와 오브제를 통해 표현 되어 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파격적인 실험 예술을 통해 개인과 대중이 서로 의견과 관점을 교환하며 다른 방식으로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Scroling Image, 2021-2022
Lip Sync, 2020-2022
Torso Series, 2018-2022


털 다음 많았던 재료인 '실리콘' 모호한 인체 형태 일부분이 전시 되어있다.


마치 철거가 된듯한 롯데타워에서 바라 본 멋진 시티 뷰 그러나 존재하는 안락한 쇼파, 동시에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들. 이질적인 오브제를 통해 새로운 몰입을 선사한다.

Red Nails, 2019


전시를 여럿 다니면서 금방이라도 휘어지는 a4 종이에 리플렛을 받다가 패키징이 되어있는 입체적인 리플렛은 처음이라 인상 깊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용이했던 것 같다.


그동안 기능적인 미학에서 벗어난 해체주의 패션과 파격적인 런웨이를 보여줬던 그였기에 이번 전시도 역시 '그 답다'
틀에서 벗어난 예술 세계와 거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 능력이 멋있기도, 부럽기도 하다. 반듯해야 할 캡션이 붙히다 만듯한 느낌 또한 마틴 마르지엘라에 철처한 계획 안에서 의도 된 디테일임에 놀라울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