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염탐중

정연선: 이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2024. 8. 18. 16:17

 

○ 2024.4.5-9.22 ○
<정연선: 이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최근에 보았던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땅으로 시를 쓰는 조경가'로 불리는 정연선 선생님의 이야기. 그런데 이번에 전시까지 볼 수 있게 되어 더욱이 영광이었다.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연선 조경가는 1970년대 국토 개발부터 한국 조경의 역사를 계속 써오고 있는 분이다. 그저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고 지구를 보살피는 사람. 지구 전체를 바라보기 이전에 자신의 집앞 뜰과 마당의 정원을 가꾸고 꽃과 나무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사실 조경가의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조경은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단순한 한 줄의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의 시간이 있었을지 가늠할 수 없다. 그녀 또한 도시조경을 단순한 장식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조경을 꾸미는 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을 위해 설계하는 행위로 봐야한다.
   전시의 타이틀처럼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의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조경은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다시 계획적으로 설계하여 보존하는 일이다. 도시와 국토를 다루는 것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니 책임감의 무게를 지고 행해진다. 경관은 변화하고 그 속에 사는 사람도 변화한다. 그러기에 자연의 변화를 보는 일은 내가 시간안에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는 일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이유이다. 자연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한다.
"아름다워야 눈물도 나지 아니면 누가 가서 울려고 하겠어요"
   그녀의 작업 중 선유도 공원을 들여다 보자. 선유도는 한강 내에 있는 섬으로 용도폐기된 정수장을 철거하지 않고 한강 유역 미화를 위해 재활용해 공원화한 최초의 공원이다. 폐기된 공간을 식물과 풀을 통해 보호하고 옛 흔적을 남기어 사람들에게 기억의 공간으로서 쓰임을 하게 하였다. 공원은 외로운 도시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안식처이자 인간과 함께 어울려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는 '조경과 건축의 대화(Dialogue Between Landscape)'라는 주제를 통해 건축가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업의 과정을 나열하고 있다. 바래지고 누래진 설계도와 빼곡한 글씨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모여 노력했을지 상상해 본다. 정연선 조경가는 말한다. 건설 행위에 앞서 도시가 지닌 맥락을 파악해야 하며 인문,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그러므로 조경이라는 작업은 창작 이전에 '관계를 다듬고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경가와 건축가의 역할은 달라도 바라보는 관점과 목표는 동일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