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포잔치 2023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 2023.9.19 - 10.14 ○
오랜만에 전시, 그리고 '타이포잔치 2021' 이후 두 번째 감상이다. 올해 주제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는 문자와 소리, 시각과 청각, 사물과 신체를 연결하고 실험과 실천을 촉발하는 타이포그래피에 주목하여 전개하고 있다. 이 제목은 곧 들려올 소리를 암시하고 읽힌 문자의 흔적을 내포하고 있다. 2001년을 시작으로 8회 째 열린 타이포잔치는 올해엔 '타이포그래피와 소리'를 주제로 문화의 근간인 문자를 중심으로 여러 측면과 상호작용 하는 모습을 소개함에 있어 흥미롭게 다가오는 전시였다.
빅데이터 기술로 인한 알고리즘 발전으로 인간의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재 사회의 흐름이 올해 전시 주제와도 맞닿아 있음을 느꼈고, 다양하고 수많은 작품 중 인상 깊은 내용을 공부했던 내용에 근거하여 기록하고자 한다.
[비언어적 언어-감각과 언어의 관계]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서 말의 의미보다 목소리, 음색, 얼굴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머레이비언의 법칙'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언어는 인간 사고의 결과물이고 이해를 위한 소통의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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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그 후(윤충근, 이지수, 이소현) <이미지 듣기 - 2023 >
대체 텍스트가 웹 사이트에 개시된 이미지를 시각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문구임을 작품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파악하지 못해 도록 설명에 나오듯이 대체 텍스트 입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것이다. <이미지 듣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시각 정보의 의존하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처음 이미지는 가로로 되어 있었는데 대체 텍스트를 귀로 들으며 이미지를 보았고, 다음 이미지는 시각을 아예 외면한 채 청각에 의존하면서 머릿 속에 어떤 이미지일지 그려보았다. 눈을 떠보니 전혀 다른 그래픽 디자인이었고 세로 방향이었다. 나는 이전에 보았던 시각 정보에 의존해 가로 이미지일 것이라 확신하였던 것이다. 작가는 질문한다. 시각 이외의 감각으로 웹을 경험하는 사용자의 존재를 상기하며 오늘날 웹이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인지를.
[음악과 언어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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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키엘 아키노 <C조에서 오르내림, Op.1 No.! - 2023>
컴퓨터가 스스로 즉흥 연주를 하듯 음악 패턴이 시각화하여 끊임없이 그려내고 있다.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
야노 케이지 <악보와 도형: 일본 동요 변주곡 - 2019/2023>
취미로 마림바를 연주해 온 작가과 '일본 동요 변주곡'을 연습하며 악보에 적어 둔 것을 음악과 공명과 내면의 풍경을 담은 그래픽 악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단순화 된 도형이지만 크기, 색깔, 질감 등을 통해 음악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 느껴진다.
문정주 <소리로 타이포그래피하기 - 2023>
관객들이 작가가 제시한 글을 낭독하면 말소리를 문자로 변환해 화면 안에 실시간으로 조판하는 방식으로 말하기와 타이포그래피 사이의 연결성을 부여한다. 같은 글을 읽어도 그 소리는 발화자의 음색, 음높이, 세기, 타이밍에 따라 모두 다른 음성 값을 가진다. 보이지 않은 소리에 시각적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소리 내어 읽는 행위는 발화자의 해석과 신체성에 기대는 수행적 과정임을 말한다.